
서울 전세 계약, 둘 중 하나는 '갱신'
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의 절반 이상이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갱신 계약이었습니다. 새 집으로 옮기지 않고 살던 집에 계속 머무는 세입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입니다.
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(1월 1일~9월 20일 신고분)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.
-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: 총 8만 480건
- 그중 갱신 계약: 4만 1145건 (51.1%)
- 지난해 같은 기간 갱신 비율: 41.1%
1년 만에 10%p가 오른 셈입니다.
계약갱신청구권은 얼마나 쓰였을까?
'갱신 계약'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.
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딱 한 번, 계약을 2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. 이 권리를 쓰면 임대료 인상률이 5% 이내로 제한됩니다. 올해 전체 전세 거래 중 27.1%(2만 1839건)가 이 권리를 사용했고, 지난해(23.4%)보다 3.7%p 올랐습니다.
이 권리를 쓰지 않고 집주인과 합의해서 연장한 계약도 있을 텐데, 전체 갱신 비율과 청구권 사용 비율의 차이가 그 정도로 보입니다.
갱신 비율이 높은 동네는?
자치구별로는 아래 순서였습니다.
- 중랑구 61.5%
- 강서구 57.8%
- 성북구 57.3%
- 강동구 55.8%
왜 다들 이사를 안 갈까?
1)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습니다
가장 큰 원인은 전세 물건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. 지난해 10·15 대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습니다. 이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, 수도권·규제지역 15억 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추는 내용입니다.
그 결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막혔고, 전세 매물도 함께 줄었습니다. 19일 기준 서울 전세 물량은 2만 3697건으로, 1년 전보다 13.3% 감소했습니다.
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를 구하기 어렵습니다.
-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(3003가구): 전세 매물 0건
- 성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(3830가구): 전세 매물 3건
2) 새로 계약하면 보증금 부담이 훨씬 큽니다
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세입자가 신규 계약을 하면 훨씬 더 많은 보증금을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. 매물도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니, 웬만하면 살던 집에서 계약을 연장하는 쪽을 택한다는 얘기입니다.
같은 아파트, 같은 평수인데 보증금이 8억 원 차이
갱신 계약이 늘면서 신규 계약과의 가격 차이도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.
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㎡의 사례입니다.
| 신규 계약 | 9월 17일 | 16억 5000만 원 (역대 최고가) |
| 갱신 계약 | 9월 5일 | 8억 4000만 원 |
| 차이 | 8억 1000만 원 |
같은 집 구조인데도 계약 형태에 따라 보증금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. 갱신 계약은 인상률이 5% 이내로 묶이는 반면, 신규 계약은 시세가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. 이런 격차가 클수록 세입자는 더더욱 이사를 망설이게 되고,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.
앞으로도 전세난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
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.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.
- 주택 공급 부족과 서울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.
- 내년부터 실거주 중심의 세제 개편이 본격 시행됩니다.
- 재건축·재개발 이주 수요가 내년에 더 몰릴 전망입니다.
박 교수는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 때문에 계약갱신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.
한 줄 정리
전세 매물은 줄고 신규 전셋값은 치솟다 보니, 서울 세입자 둘 중 한 명은 이사 대신 '갱신'을 선택하고 있습니다.
세입자라면 갱신청구권 행사 시점과 인상률 5% 제한을 미리 확인해 두시고, 이사를 계획 중이라면 신규 계약 시세와 보증금 부담을 넉넉하게 따져 보시길 권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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